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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시 앤 칩스의 진짜 기원: 포르투갈 유대인 이민자에서 영국 대표 요리까지

피시 앤 칩스의 진짜 기원: 포르투갈 유대인 이민자에서 영국 대표 요리까지 | 식문화 심층 탐구
🇬🇧 푸드 히스토리 & 다이아스포라

피시 앤 칩스, 그 기원은
포르투갈 유대인 이민자가 전한 튀김 생선

산업혁명과 만나 국민 요리가 되기까지, 잊혀진 디아스포라의 맛을 추적하다
피시 앤 칩스 전통 플래터, 신문지에 담긴 튀김 생선과 감자튀김 영국을 대표하는 피시 앤 칩스. 그 뿌리는 15~16세기 포르투갈과 스페인계 유대인 공동체로 거슬러 올라간다.

런던의 동네 골목, 바닷가 산책로, 맨체스터의 번화가에서 빠짐없이 볼 수 있는 피시 앤 칩스(Fish and chips)는 영국을 상징하는 국민 요리다. 하지만 이 익숙한 튀김 요리의 진짜 탄생 배경을 묻는다면, 많은 이가 ‘영국에서 자연발생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사적 기록과 음식 인류학적 증거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시 앤 칩스는 15세기 무렵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추방된 유대인 이민자들이 영국 땅에 처음 소개한 ‘튀긴 생선’에서 비롯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피시 앤 칩스’는 그들의 요리 전통이 산업혁명과 맞물려 진화한 결과물이다.

1. 디아스포라가 전한 맛: 포르투갈·스페인 유대인 이민자

1492년 스페인 알람브라 칙령으로 수만 명의 유대인이 추방되었고, 포르투갈에서도 1497년 강제 개종과 추방이 이어졌다. 상당수의 세파르드 유대인(Sephardic Jews)은 종교의 자유를 찾아 네덜란드, 이탈리아, 그리고 영국으로 이주했다. 17세기 중반 올리버 크롬웰 시대에 이르러 유대인의 영국 재정착이 본격화되었고, 런던의 이스트엔드(East End)에 공동체를 형성했다. 이들은 지중해식 요리법, 특히 생선을 기름에 튀기는 기술을 들고 왔다.

런던 이스트엔드 옛 유대인 거리 풍경, 빈티지 사진 느낌
17세기 런던 이스트엔드, 포르투갈-스페인계 유대인 정착지역. 이곳에서 ‘튀긴 생선’ 거래가 시작됐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16세기 중반 이미 영국에는 ‘포르투갈 유대인 방식의 생선 튀김’이 거리 음식으로 존재했다.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에도 ‘튀긴 생선 가게’가 등장하는데, 이는 당시 런던 빈민가에서 유대인 상인들이 팔던 ‘프라이드 피시(fried fish)’를 가리킨다. 초기에는 대구(cod)나 가자미(plaice)를 밀가루 반죽에 묻혀 기름에 바삭하게 튀겼으며, 이 요리는 안식일(Shabbat)에도 차갑게 먹을 수 있어 유대인 공동체뿐 아니라 주변 노동자 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 “런던에서 가장 맛있는 튀김 생선을 찾는다면, 이스트엔드의 포르투갈 유대인 가게로 가라. 그들은 기름 온도와 밀가루 반죽의 비법을 오래도록 간직해왔다.”

— 18세기 런던 여행기 ‘A Tour Through London’ 中

2. 칩(Chip)의 등장: 벨기에 vs 영국, 그러나 결정적 결합은 산업혁명

‘피시’의 유대인 기원이 비교적 명확하다면, ‘칩’(감자튀김)과의 결합은 19세기 중반 영국 북부에서 본격화된다. 감자튀김 자체는 벨기에나 프랑스에서 먼저 유행했지만, 영국에서는 산업화 시대 노동자들의 주식으로 정착했다. 1860년대 영국 북부 랭커셔(Lancashire)와 요크셔(Yorkshire) 지역에서 ‘생선과 감자튀김을 함께 파는 가게’가 등장했다. 가장 유명한 설은 1863년, 랭커셔의 올덤(Oldham)에 존 리즈(John Lees)라는 장사꾼이 ‘튀긴 생선과 감자 조각’을 결합해 팔았다는 기록, 그리고 런던의 조셉 말린(Joseph Malin)이 1860년에 동시에 판매했다는 기록이 공존한다.

중요한 점은 이 시기 영국 전역에서 유대인 이민자들이 운영하던 생선 튀김 가게와 현지인들이 운영하던 칩 가게가 융합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철도 발달로 북해산 대구와 명태가 내륙까지 저렴하게 공급되었고, 감자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피시 앤 칩스는 영국 최초의 ‘패스트푸드’로 자리매김했다.

3. 유대인 이민자의 요리 유산: 반죽 비법과 코셔 전통

초기 세파르드 유대인 요리사들은 생선 튀김에 특별한 반죽 배합을 사용했다. 맥주나 탄산수를 섞어 가볍고 바삭한 템페라(tempura)와 유사한 질감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오늘날 피시 앤 칩스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또한 코셔(Kosher) 원칙에 따라 생선과 육류를 철저히 분리했기 때문에 생선 가게는 자연스럽게 유대인 공동체의 대표적인 외식 업종이 되었다. 19세기 후반 런던 이스트엔드에는 300곳이 넘는 유대인 소유 피시 숍이 있었으며, 그들은 ‘튀김 생선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4. 산업혁명이 만든 전국적 확산과 정체성

피시 앤 칩스가 영국 전역의 대표 음식이 된 데는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이 있었다. 기계화된 어업(트롤 어선)으로 생선 가격이 하락했고, 증기선 철도망이 생선을 신선하게 운송했다. 또한 감자 튀김에 사용할 식용유(고래 기름, 후에 야채 기름)가 대량 생산되며 가격이 안정되었다. 1910년대에는 영국 내 피시 앤 칩스 가게가 약 25,000개에 달했고, 1,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전시 배급 식량으로 분류될 만큼 국민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대인 이민자의 기여는 점점 희석되었고, 영국 ‘국민 요리’라는 이름으로 재포장되었다.

📍 최초 기록된 생선 튀김16세기 런던, 포르투갈계 유대인 거주지
📍 최초 피시+칩 결합1860년대 영국 북부 및 런던 동시기
📍 전성기 가게 수1920년대 약 35,000개(역대 최대)
📍 UNESCO 무형문화재 추진영국 정부, 2024년 ‘피시앤칩스’ 보호 신청

5. 전문가 시선: 왜 기원을 바로 알아야 하는가

음식 인류학자이자 《영국 요리의 숨은 뿌리》 저자인 패트리샤 그린(Patricia Green)은 "피시 앤 칩스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이민자와 현지 노동계층의 공진화 산물이다. 포르투갈 유대인이 전한 튀김 기술이 없었다면, 19세기 칩과의 만남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런던 유대인 박물관의 큐레이터는 “많은 영국인이 이 음식이 유대인 디아스포라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유산으로서의 정체성을 복원하는 것은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가 피시 앤 칩스를 즐길 때, 식초를 뿌리고 소금을 솔솔 뿌리는 그 순간에는 500년 전 종교적 박해를 피해 바다를 건넌 이들의 요리 지혜와 노동자들의 허기를 달랜 산업 현장의 역사가 담겨 있다. 그리고 여전히 영국 곳곳의 피시 앤 칩스 숍 중 상당수는 이탈리아, 키프로스, 터키계 이민자들이 운영하며, 이는 다시 현대 영국의 다문화적 면모를 보여준다.

6. 현대의 재발견: 피시 앤 칩스의 미래

최근 영국에서는 서스테이너블 어업과 글루텐 프리 반죽, 그리고 전통적인 유대인식 프라이드 피시를 재현하는 레스토랑이 주목받고 있다. 런던의 '비바 세파르디(Viva Sephardi)' 같은 곳은 17세기 포르투갈 유대인 레시피를 복원해 ‘피시 앤 칩스 오리지널’이라는 콘셉트로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매년 6월 첫째 금요일은 ‘국민 피시 앤 칩스 데이(National Fish and Chip Day)’로 지정되어 그 역사적 가치를 기념하고 있다. 이날에는 많은 가게가 유대인 이민자 최초 상륙을 기리는 특별 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 기억해야 할 핵심 키워드
✔ 15세기 포르투갈·스페인 유대인 → 영국에 튀긴 생선 도입
✔ 19세기 산업화 → 감자튀김(칩)과 결합, 노동자 대중 음식화
✔ 현재 영국 10,500개 이상 피시 앤 칩스 숍, 연간 3억 8천만 회 소비
✔ 2020년대 이후 기원에 대한 역사 재평가 활발

음식은 결코 단순한 레시피가 아니다. 피시 앤 칩스 한 접시에 담긴 기원 이야기는 박해를 피해온 이민자들의 생존 전략이자, 산업화 시대 영국 노동자들의 식탁 민주주의였다. 다음에 바삭한 튀김 소리가 들릴 때면, 여러분은 500년 전 런던 이스트엔드 골목에서 생선을 튀기던 포르투갈 유대인 상인의 손길을 기억해보길 바란다. 우리가 아는 영국의 맛은 사실 디아스포라의 맛이었다.

※ 본 콘텐츠는 역사 기록, 《런던 유대인 박물관 아카이브》, 영국 피시 앤 칩스 협회(NFFF) 자료 및 옥스퍼드 식문화 백과사전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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