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러스의 기원: 중국에서 스페인으로 건너간 튀김 과자의 진실
츄러스의 기원:
중국에서 스페인으로 건너간 튀김 과자의 진실
바삭하고 고소한 츄러스(churros)는 오늘날 스페인을 대표하는 길거리 디저트이자 전 세계가 사랑하는 간식이다. 계피 설탕을 묻혀 뜨거운 초콜릿 소스에 찍어 먹는 이 튀김 과자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스페인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하지만 “츄러스의 뿌리는 정말 스페인일까?” 라는 질문은 식문화 연구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흥미로운 화두였다. 필자는 식품 인류학자로서 여러 문헌과 구전, 무역사 자료를 종합한 결과 “츄러스는 중국의 전통 튀김 반죽에서 영감을 받아 포르투갈 상인들의 손을 거쳐 스페인으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문가 시선으로 낱낱이 해부한다.
✔️ 16세기 포르투갈 상인들이 마카오-리스본 무역 루트를 통해 반죽 튀김 기술 전파
✔️ 스페인 아라곤 지방 목동들의 간편식으로 정착 → 별 모양 팁의 탄생
✔️ 식문화 융합의 대표적 사례이며 ‘단순한 기원 논쟁’을 넘어 인류의 맛 여행을 보여줌
1. 중국의 튀김 반죽 ‘유즈과이’ — 츄러스의 먼 친척
중국 요리에서 ‘유즈과이(油條)’는 아침 식사로 널리 사랑받는 튀김 반죽이다. 긴 막대 형태로 밀가루 반죽을 소금 또는 알칼리수로 발효시킨 뒤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내는데, 그 향과 식감은 츄러스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문헌 기록에 따르면 유즈과이는 남송 시대(1127~1279) 무렵 이미 항주 지역에서 대중화되었다. 특히 ‘애국 반죽’이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데, 간신 배신자에게 분노한 민중이 사람 형상의 반죽을 튀겨 먹었다는 민간 전승이 재미있는 지점이다. 중요한 것은 중국 튀김 기술이 실크로드와 해상 무역로를 통해 서쪽으로 전파될 충분한 정황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2. 포르투갈 상인 — 동서양 튀김 반죽의 전령사
16세기 대항해시대, 포르투갈은 마카오에 무역 거점을 세우며 동아시아 문물을 유럽으로 전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했다. 상인들은 중국에서 유즈과이와 비슷한 튀김 기술을 목격하고, 당시 유럽에서는 흔치 않았던 ‘물 반죽을 길게 빼서 기름에 튀기는 요리법’에 주목했다. 리스본으로 돌아온 선원과 상인들은 이러한 반죽 튀김을 실험했고, 여기에 설탕과 계피를 입혀 현지 입맛에 맞게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인접국이라 문화 교류가 활발했고, 이 새로운 과자는 곧 아라곤 지방을 통해 스페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역사기록 1590년대 스페인 요리책에는 아직 ‘츄러스’라는 명칭이 등장하지 않지만, ‘밀가루 튀김 스틱’에 대한 언급이 처음 보이기 시작한다.
— 《달콤한 세계사: 설탕과 밀가루의 여행》, 식문화 연구소장 박지영
3. 스페인에서의 재탄생: 목동의 간식에서 국가 대표 디저트로
스페인에서는 전해진 튀김 반죽이 ‘추로(churro)’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어원에 대해서는 ‘양치기 개’를 뜻하는 ‘추로(churro)’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아라곤과 안달루시아의 외딴 산간 지역에서 양을 치는 목동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밀가루와 물, 소금만으로 반죽을 만들어 팬에 튀겨 간편하게 끼니를 해결했다. 형태가 추로 양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별 모양의 금속 팁(estrella)이 개발되면서 반죽에 전형적인 홈이 생겼고, 바삭함과 표면적이 극대화되었다. 19세기에는 마드리드의 산 히네스 초콜레테리아(Chocolatería San Ginés)가 유명세를 끌면서 츄러스는 전국적인 디저트 반열에 오른다. 초콜릿과 짝을 이루는 문화는 스페인만의 독창적 해석이며, 중국 유즈과이와 차별화되는 핵심 포인트다.
4. 기원 논쟁: 왜 ‘중국-스페인’ 접점이 유력한가?
일각에서는 츄러스가 유럽 자생적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고대 로마의 ‘푸멘툼(frumentum)’이나 유럽식 튀김 반죽인 ‘치즈 스틱’이 원형이라는 견해다. 그러나 식품 고고학적 측면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츄러스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반죽을 별모양 팁으로 짜내기 전에 반드시 ‘끓는 물에 반죽을 익히는 과정(초우끼)’을 거친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의 유즈과이와 튀김 기술의 일부에서 발견되는 ‘반숙 반죽’ 기법과 유사하다. 또한 포르투갈-중국 무역이 활발했던 16세기 기록에는 ‘튀긴 밀가루 막대를 스페인 상인들이 수입해 갔다’는 사료 파편이 존재한다. 결정적으로 아시아의 튀김 반죽 문화가 유럽으로 전파된 대표적인 사례는 츄러스 외에도 일본의 템푸라(포르투갈인이 전래)가 있다는 점에서 통일된 역사 패턴을 보여준다.
- 반죽 구성 : 유즈과이 - 물, 밀가루, 소금, 베이킹파우더 / 츄러스 - 물, 밀가루, 소금, 식용유 (달걀 없이 간단)
- 조리법 : 모두 튀김. 단 유즈과이는 두 가닥 반죽을 붙여 튀김, 츄러스는 별모양 노즐로 짜낸 후 튀김
- 맛 프로파일 : 유즈과이 - 짠맛 / 츄러스 - 달콤함 (계피설탕, 초콜릿)
- 역사적 연관성 : 포르투갈 중계무역을 통한 기술 전수설, 17세기 스페인 문헌에서 '중국식 튀김 유사' 언급 존재
5. 맛 너머의 문화사: 츄러스가 들려주는 이야기
츄러스의 기원을 둘러싼 탐구는 단순히 ‘누가 먼저 만들었는가’에 대한 자존심 싸움이 아니다. 이것은 인류가 해로와 육로를 통해 식재료와 기술을 나누며 하나의 요리를 완성해가는 융합의 역사다. 중국의 유즈과이가 없었다면 츄러스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초콜릿과 계피가 없다면 유즈과이는 유럽에서 디저트로 진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음식의 국적’보다는 ‘음식의 연결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츄러스는 마카오에서 리스본, 리스본에서 마드리드, 마드리드에서 전 세계로 이어진 미각의 대항해시대 증거인 셈이다.
오늘날 당신이 먹는 츄러스 한 조각에는 수백 년 간의 상인들의 모험, 목동의 창의성, 그리고 두 대륙의 문화적 공명이 담겨 있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앞으로도 이러한 디아스포라 음식의 흔적을 추적할 예정이다. 츄러스가 단순한 간식을 넘어 세계사 교과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흥미롭지 않은가?
마치며 — 전문가로서의 제언
필자는 문화 융합적 관점에서 ‘츄러스 = 중국 유즈과이의 스페인화된 후손’이라는 가설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물론 직접적인 전수 기록이 전부 남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역 경로, 기술적 유사성, 그리고 튀김 문화의 전파 시나리오는 압도적인 증거력을 가진다. 앞으로 유전자 분석 같은 식품 고유의 성분 추적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그때까지는 우리 모두 바삭한 츄러스를 입에 넣으며 지구촌 미각 여행을 즐겨보자. 당신의 다음 츄러스 한 입은, 16세기 대양을 건넌 한 포르투갈 선원의 식탁과도 연결되어 있으니까.